그룹명/♣지아 영상시♣

♣가을의 문턱에서 / 雪花 박현희♣

후루지아 2011. 11. 27. 10:13

 

 

 

 

 

가을의 문턱에서 / 雪花 박현희

 
대지를 태울 듯 작열하던 태양도 
어느새 빛을 잃은 채 뒷걸음질치고 
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
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아침입니다.
 
흐르는 세월의 강에 떠밀려 
어느덧 중년을 맞고 보니 
이마에 그려진 골 깊은 주름 위로 
세월의 무상함에 쓴웃음 지어봅니다.
 
인생의 가을이면 
살아온 날들만큼이나 
삶의 연륜 또한 넓고 깊어야 할 텐데 
미풍 앞에서도 여지없이 흔들리는 여린 갈대처럼 
사사로운 이욕(利慾) 앞에서 마음의 평정을 잃고 
쉬이 동요되는 것을 보면 
아직도 쌓아야 할 인생의 연륜은 
턱없이 부족한가 봅니다.
 
조금은 무디어졌을 법도 한 
내 안의 뜨거운 열정이 
용솟음치며 다시금 끓어오르는 것은 
시들어가는 젊음을 
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음일까요.
 
유독 가을을 앓는 나는 
한 잎 두 잎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며 
허무와 공허가 쓸쓸히 밀려드는 
지독한 외로움의 가을 병을 
또다시 앓아야 하는가 봅니다.